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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솔직 서평] 메이 머스크: 여자는 계획을 세운다.

by kimargarita 2022. 5. 2.

"염색을 멈췄더니 모델로서 찾는 곳이 많아졌다."라는 인스타 포스팅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ebook으로 결제한 메이 머스크의 책.

1948년 생으로 현재 나이 74세에 짱짱하게 활동 중이신 현역 모델이자 무려 Tesla, SpaceX의 CEO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

우리 할머니가 1941년 생이시니까 7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할머니 과거 썰이랑 메이 머스크 썰을 비교해 보니, 참 그 시절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시대적 배경과 생활수준이 얼마나 차이가 났었는지 체감한다. 공통분모가 있다면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산전 수전 공중전을 겪으셨다는 거. 참으로 강한 여성들이라는 것. 기회가 된다면 돌아가시기 전에 그 말도 안 되게 영화 같고 웃픈 우리 할머니 이야기보따리도 글로 남겨놓고 싶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볼까.

정말 멋있는 여성이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살짝 아쉬웠다. 작가가 아니신 점을 감안해서라도, 책의 구성이 아예 시간 순서대로 가는 것도 아니고, 테마별로 챕터를 나눠놨지만 그 안에서 또 시간이 뒤죽박죽되어있어서 내가 그 타임라인 조각을 끼워 맞춰야 한다. 나누어진 챕터들도 약간 '이얘기 하다가 갑자기 다음 챕터에서 이얘기를?' 싶은 부분들도 있었고 차라리 시간 순서대로 흐르되, 그 중간에 작가가 크게 느낀 점이나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정리했다면 좀 더 기억에 선명하게 남지 않았을까 한다.

사실 나는 부제목 "여자는 계획을 세운다."에 꽂혀서 이 책을 고른 거였다. 너무 간절히도 계획형 인간이 되고 싶은 나에게, 이 멋진 여성이 얼마나 채찍질을 해줄까 기대하면서. 하지만 식단을 짜던 부분을 제외하고 그녀의 삶은 너무도 P스럽다. 어린 시절부터 가고 싶다고 돌연 세계여행을 떠나는 부모님의 밑에서 자랐고, 그때그때 처한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희열을 느끼고, 어쩌다 보니 모델 일을 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마음에도 없던 남자와 결혼해 지옥 같은 십여 년을 견뎠고, 운이 좋게 이혼법이 유리하게 바뀌어 이혼할 수 있었고, 자식들 때문에 돌연 캐나다 이민을 가고.

철저한 계획이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라, 뜻밖의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하는 능력과 반드시 어떻게든 될 거라고 믿고 밀어붙이는 강인한 마인드 덕분에 이룬 성취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이가 들고 점차 안정을 찾은 후에는 더 계획적인 삶을 사셨을 테지만.

보면 볼수록 범인은 아니다. 참 특별한 부모님을 만나 어린 시절 남들은 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들을 하며 자랐고, 참 예쁘고 길게 태어났고, 정말 최악인 남편을 만나 학대 당하고, 대륙을 건너 몇 번이나 이주를 했으며, 아들은 어릴 때부터 천재적이더니 결국 세계 부자 1위가 되지를 않나, 60대부터 모델 전성기를 맞다니.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표본이랄까. 생활력도 강하고 정신력과 능력 모두 뛰어나지만 운도 참 좋은 여자인 것 같다.

조금 크리티컬하게 소개한 것 같은데, 도움 될만한 좋은 말들도 당연히 많았다.

여성으로서, 모델로서 외적 아름다움을 가꾸는 중요성과 더불어 내적 아름다움을 키워야 하는 이유. 실질적으로 어떻게 옷을 장만해야 하고 꾸며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 예법과 자신감에 대한 중요성. 나쁜 상황은 되도록 빨리 벗어나라는 충고와 굳이 사랑을 찾지 못했다면 혼자여도 괜찮다는 조언.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 만나는 게 두렵지만 그래도 나가서 자꾸 만나고 다녀야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비슷한 생각이기에 먼저 말을 걸어도 좋을 거란 말. 무엇보다 나이 따위에 기죽지 말자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

나도 요즘 부쩍 나이 때문에 기죽는 일이 많은데, 일흔도 넘으신 분이 이렇게 멋있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용기를 조금 얻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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